우리말은 체언에 조사가 붙어 문장을 구성합니다. 조사는 격을 나타내는가 하면,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전자를 '격조사', 후자를 '보조사'라고 하지요. 조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매우 많으니 다음번에 새로 자세히 다루기로 약속하고요, 오늘은 보조사 중 [까지 조차 마저]의 용법과 의미 차이에 대해서 예문을 통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까지 조차 마저 의미상 공통점
세 보조사 모두 '이미 어떤 것(대상, 행동, 상태)이 포함되고, 그 위에 (예상을 넘어서) 더해진다'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보조사로는 '도'가 있지요. 그런데 각각의 보조사를 사용하는 문맥과 느낌은 조금씩 다르답니다.
너도 나를 못 믿는구나.
너까지 나를 못 믿는구나.
너조차 나를 못 믿는구나.
너마저 나를 못 믿는구나.
세 문장 모두 ['다른 사람들(어떤 대상)'이 나를 못 믿고, 거기에 더해 (예상을 넘어) '너'가 나를 믿지 못한다]는 의미를 공통적으로 나타냅니다. 하지만 뜻은 뭔가 미묘하게 다르지요?
다른 문장과 문맥에서는 어떤 조사들이 주로 어울리고 어떤 조사들이 제약을 받는지, 아래에서 알아볼까요?
조차 :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
[조차]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붙어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까지 양보하여 포함함을 뜻하는 보조사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조차]의 의미 특성은 [예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까지 포함] 이라고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주로 [화자 입장에서 부정적인 상황]에서 [부정문 형식]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아래 예문을 통해 보겠습니다.
ㄱ. 선생님조차 그 문제를 틀렸어.
ㄴ. 선생님조차 그 문제를 못 맞혔어.
ㄷ. *선생님조차 그 문제를 맞혔어. (어색한 문장)
ㄱ, ㄴ의 '선생님이 그 문제를 틀렸다'는 사실은 [예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부정적 상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ㄱ, ㄴ과 같이 예상하기 힘든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조차'를 쓰는 것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반면, ㄷ의 '선생님이 그 문제를 맞히다'는 상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 때에는 '조차'를 쓰는 것이 어색합니다.
다음 예문도 볼까요?
ㄱ. 추운데 바람도 분다.
ㄴ. *추운데 바람조차 분다. (어색한 문장)
ㄷ. 더운데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ㄱ, ㄷ의 '추운데 바람도 분다'와 '더운데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 화자 입장에서 부정적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ㄴ처럼 긍정문에는 '조차'를 쓰는 것이 어색합니다.
반면, ㄷ처럼 부정문에는 '조차'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정리하자면, [조차]는 주로 화자에게 부정적인 상황에 예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가 더해짐을 뜻하고,
주로 화자에게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며,
그 중에서도 부정문 형식과 더 잘 어울리는 경향(100%는 아님!!!)이 있다고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마저 : 하나 남은 마지막
[마저]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붙어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하나 남은 마지막임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마저]의 의미 특성은 [하나 남은 마지막] 이라고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항상 [화자 입장에서 부정적인 상황]을 나타낼 때 사용됩니다.
아래 예문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ㄱ. 너도 내 곁을 떠나는구나.
ㄴ. 너마저 내 곁을 떠나는구나.
ㄷ. *너마저 내 곁을 지키는구나. (어색한 문장)
ㄱ, ㄴ은 화자 입장에서 부정적인 상황이므로, 이 때에는 '마저'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ㄷ은 화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상황이므로, 이 때에는 '마저'를 쓰는 것이 어색합니다.
ㄱ. *추운데 바람조차 분다. (어색한 문장)
ㄴ. 추운데 바람마저 분다.
ㄷ. 더운데 바람조차 안 분다.
ㄹ. 더운데 바람마저 안 분다.
ㄱ, ㄴ, ㄷ, ㄹ 모두 화자 입장에서 부정적인 상황입니다.
ㄱ, ㄴ은 긍정문 형식인데요, ㄱ의 '조차'는 어색한 반면, ㄴ의 '마저'는 자연스럽습니다.
ㄷ, ㄹ은 부정문 형식인데요, ㄷ의 '조차'도 자연스럽고, ㄹ의 '마저'도 자연스럽습니다.
정리하자면, [마저]는 주로 하나 남은 마지막마저 화자에게 부정적인 상황에 더해짐을 뜻하고,
주로 화자에게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며,
문장의 형식은 긍정문이든 부정문이든 크게 제약받지 않는다고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까지 : 끝, 극단적인 경우 등
[까지]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붙어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극단적인 상황이나 한계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우리가 비교할 [마저 조차]와 연관이 있는 의미는 2번의 의미이므로, 여기서는 2번 용법을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까지]는 앞에서 본 [조차 마저]에 비해 가장 제약이 적은 편입니다. 아래 예문을 통해 볼까요?
ㄱ. 더운데 바람조차 안 분다.
ㄴ. 더운데 바람마저 안 분다.
ㄷ. 더운데 바람까지 안 분다.
모두 화자에게 부정적인 상황이고, 부정문 형식입니다. [조차 마저 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쓰입니다.
ㄱ. *추운데 바람조차 분다. (어색한 문장)
ㄴ. 추운데 바람마저 분다.
ㄷ. 추운데 바람까지 분다.
모두 화자에게 부정적인 상황이고, 긍정문 형식입니다. [조차]는 어색하지만, [마저 까지]는 자연스럽습니다.
ㄱ. *나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조차 좋다. (어색한 문장)
ㄴ. *나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마저 좋다. (어색한 문장)
ㄷ. 나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까지 좋다.
모두 화자에게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조차 마저]는 어색하지만, [까지]는 자연스럽습니다.
정리하자면, [까지]는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된 상태에서 그 위에 더해짐을 뜻하고,
화자에게 부정적인 상황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쓰일 수 있으며,
문장의 형식은 긍정문이든 부정문이든 크게 제약받지 않는다고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정리
위에서 본 [조차 마저 까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눈에 들어오게 표로 정리해 볼까요?
조차 | 마저 | 까지 | |
---|---|---|---|
의미 공통성 | 이미 어떤 것(대상, 행동, 상태)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해진다 | ||
화자의 입장에서 | (주로) 부정적인 상황 | 제약 없음 | |
예상 가능한 상황 | 예상하기 힘든 상황 | 제약 없음 | |
문맥 제약 | 많다 | 보통 | 적다 |
자, 이제 [조차 마저 까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정리되셨나요?
하지만 문맥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기준을 정확하게 안다면, 듣거나 읽는 사람 입장에서 어색하다고 느낄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스마트한 국어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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